상폐만은 막아야 한다…28만 이화그룹 주주들 '애간장'

입력 2023-09-05 08:58   수정 2023-09-05 10:49

"우린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마음 고생을 해야하는 건가요. 한국거래소도 속은 일을 개미들이 무슨 수로 아냐고요."

한국거래소가 이화그룹 상장 계열사 3사인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의 상장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종목토론방 등에는 연일 성토글이 올라왔다. 잘못은 기업이, 실수는 한국거래소가 했는데 중간에서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떠안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래 재개 당일 거래 정지를 하는 등 한국거래소의 번복 결정이 투자자들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추가 개선기간을 달라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인증 기반의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0분 기준 소액주주들은 이아이디 지분 8.18%, 이화전기 9.66%, 이트론 4.28%를 확보한 상태다. 직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서 비리 혐의에 휘말린 경영진들을 교체하고 상장을 유지시키겠다는 게 투자자들 계획이다.

김현 이화그룹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독려를 시작한지 사흘 만에 이화전기 지분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주주들 행동이 적극적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사측에선 독소조항을 없애달라는 우리의 핵심 제안을 거절한 상태로 더 진전은 없었다. 거래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지만 최근까지의 소통에서 어떤 배려도 없었다. 우리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선 우리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주총 소집 권한은 기업 이사회에 있지만, 상법에 따르면 주주들도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주주가 여럿인 때 보유주식을 합해 회사 발행주식 총수 3% 이상을 보유한 경우다. 또 상법에선 이 방식으로 회사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는데도 이사회가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총회를 소집할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지분 3%는 주총을 소집할 권리뿐 아니라 주주제안권,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집중투표청구권 등 다양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주주들은 이화그룹사 지분을 계속해서 모아가며 결속력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포털 등 각종 종목토론방과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올리며 '지분 모으기'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한 투자자는 "방관의 시대는 끝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치의 행동을 보이자"고 당부하는가 하면 어느 한 투자자도 "괴로워 할 시간에 행동에 나서는 게 결과를 바꾸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미 이화전기는 5% 대량보유 보고 공시도 마친 상태이며 남은 종목들도 차례로 올릴 예정"이라며 "임시주총부터 집회까지 사활을 걸고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앞서 이달 1일 한국거래소는 김영준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이화그룹 계열 상장 3사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이아이디는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5영업일 내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거래소는 20일 안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를 재심의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화전기와 이트론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일 이후 20영업일 내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여기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기업들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재검토에 나서는 식이다.

지난 5월 10일 검찰이 이화그룹의 김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이들 종목들의 거래를 정지했다. 이내 기업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혐의 발생 금액을 낮춰 공시하자 거래를 재개시켰지만 이내 한국거래소는 해당 공시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시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주식 매매를 두고 이례적으로 한국거래소가 번복을 하면서 투자자 손해가 가중됐다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주주연대 측은 "투자자들로선 주식거래 재개를 악재 해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고스란히 우리 투자자 자금이 묶여 피해를 보게 됐다"는 입장이다.

작년 말 기준 각사 소액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이트론 12만9472명, 이아이디 8만4548명, 이화전기 6만6586명이다. 세 회사를 합치면 28만명을 웃도는 인원이다. 적지 않은 주주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는 만큼 이들 주주행동의 결과가 상장폐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주주연대는 오는 8일엔 한국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앞에서 개선기간 부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방침이다. 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에서 주주 1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불과 2거래일 만에 거래정지와 거래재개, 또 다시 거래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로 피해자가 급증했다"며 "한국거래소는 일단 개선기간을 부여한 뒤 거래가 재개하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측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화전기는 지난 3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경영진은 주주들이 소중한 자산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비록 심의 결과는 상장폐지로 나왔지만 앞으로 있을 코스닥 시장위원회 심의와 의결에선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 지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경영 투명성 개선을 위해 법무법인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투명 경영위원회를 꾸리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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